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는 각 계절에 따라 생산되는 식품의 종류가 달라지며 일 년 내내 생산되는 식품이라도 계절에 따라 맛이 달라집니다. 어류는 해수의 온도와 산란시기에 따라 맛이 좌우되며 육류도 여름에 목초를 많이 먹은 경우와 겨울철 주로 사료로 사육되었을 때 각각 맛이 달라집니다. 이렇게 철에 따라 달라지는 식품의 맛으로 인하여 어느 한 철이 가장 맛이 있고 영양가도 많으며 대개는 연중 가장 많이 출하되므로 가격 또한 저렴한 식품을 계절식품이라 합니다. 식품의 재배 기술이나 유통 기술이 발전하면서 어떤 식품의 제철이라는 단어가 그 의미를 잃어가고 있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먹거리를 준비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맛, 영양, 경제적인 면 모두에서 이득을 볼 수 있는 계절 식품을 잘 알고 이용하여 식생활을 풍요롭게 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봄
봄은 긴 겨울 동안 지내오면서 푸른 것에 대한 바람이 가장 클 때입니다. 산이 전국의 70%나 되는 우리나라에서 나물은 중요한 찬거리였지만 겨울에는 생산되지 않으므로 제철에 나오는 나물을 말려두었다가 이용하였습니다. 정월 보름에 가지가지로 마련해 두었던 묵은 나물을 차려먹고 나게 되면 얼마 지나지 않아 들과 산에 파릇한 새싹이 돋아나게 됩니다. 냉이와 달래, 씀바귀, 쑥, 돌나물, 취, 시금치 등이 봄의 주방을 향미 가득하게 채워줍니다. 겨우내 부족했던 비타민과 무기질을 한껏 보충하고 노곤한 입맛을 되살리는 봄의 식탁을 차려 보세요. 또한 봄은 겨우내 추운 바다에서 몸을 움츠리고 있던 생선들이 산란기를 준비하면서 살이 맛있어지는 시기이기도 한데 봄철의 바다 생선으로는 도미, 임연수, 전갱이, 병어, 가자미, 우럭, 날치, 밴댕이를 민물생선으로는 가물치, 빙어, 송어를 들 수 있습니다. 조개류가 맛이 드는 시기이기도 하여 봄 나물과 조개를 넣고 끓이는 된장국이 가장 맛있는 철이기도 합니다.
여름
우리나라의 여름은 덥고 밤이 짧아 여러모로 지치기 쉬운 계절입니다. 푸성귀는 많지만 비와 더위로 인하여 작황이 좋지 않거나 유통상의 문제로 자칫 값이 비싸지기 쉬운 계절이지요. 게다가 사람들은 음료수를 많이 찾고 찬 것을 많이 먹게 되므로 입맛은 더 떨어지고 제공할 수 있는 음식의 조리법은 제한되게 되어 여러 가지의 영양소를 충분히 공급받기 어려워집니다. 이럴 때일수록 조리를 담당하는 주부들의 역할이 중요하게 됩니다. 생채소가 많은 계절인 만큼 쌈이나 생채, 샐러드 등을 자주 올리고 과일을 통하여 수분과 무기질과 비타민을 충분히 보충하도록 해 주십시오. 우리의 조상들은 이열치열(以熱治熱)이라 하여 더운 날 일수록 뜨거운 음식을 먹기를 권하였는데 그 내용을 살펴보면 대개가 보양식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여름에 맛이 드는 어패류 중에는 보양식으로 이용되는 식품이 많습니다. 민어 준치, 농어, 멸치, 전갱이, 장어, 숭어, 메기, 미더덕과 무척 비싸기는 하지만 전복도 여름이 제철입니다. 해초류 중에는 다시마가 맛이 드는 시기이므로 생 다시마를 쌈으로 이용하는 것도 좋겠지요.
가을
가을은 오곡백과가 무르익어 수확되는 계절입니다. 말 그대로 곡식에서부터 과일까지 만 가지 열매가 우리의 식탁을 장식할 수 있는 풍요로운 시기입니다. 덥고 찌는 듯한 한여름을 거쳐 오느라 피곤해진 몸을 보해서 추운 겨울에 대비해 두어야할 시기이지요.
요즈음은 제철 음식이라고 하기에 우스울 만큼 시도 때도 없이 많은 식품들이 인위적으로 재배되어 출하되지만 그래도 식품에 있어 제철이라 함은 모든 자연의 조건이 그 당시에 그 식품을 가장 맛있게 함을 뜻합니다. 가을이 제철인 식품으로서는 모든 곡류와 한국의 것이 가장 맛있다는 사과, 배를 비롯한 과일들 뿐 만 아니라 뿌리 및 잎채소들도 가을에 들어 그 맛을 제대로 내는 것들이 많고 생선과 갑각류들도 맛있어지는 시기입니다.
또한 가을은 볕이 좋은 시기입니다. 버섯을 비롯하여 갖은 나물과 부각 등을 준비해두면 겨울에 밑반찬 걱정을 덜 수 있습니다.
겨울
겨울철에는 에너지 소모가 많으므로 따뜻한 음식, 영양가가 높은 음식이 좋습니다. 따뜻한 국이나 찌개를 식탁에 자주 올림으로서 식구들의 건강을 지키고 식탁에서의 분위기를 돋울 수 있지요. 겨울에는 주로 뿌리채소가 많이 이용됩니다. 무는 가을무가 가장 맛있지만 겨우내 저장해 두면서도 그 맛을 즐길 수 있지요. 당근이나 우엉도 맛이 있으며 콩나물이나 숙주나물과 같은 담색 채소를 통하여 비타민C를 얻습니다. 또한 가을볕이 좋을 때 부지런히 말려두었던 호박고지, 무말랭이, 버섯, 시래기와 마른 나물류에다가 한 술 더 뜬다면 깻잎이나 고추 등의 부각이 제 몫을 톡톡히 할 때입니다. 여기에 감칠맛 나는 김치류가 겨울철 싱싱한 채소의 부족을 충분히 대신해 줄 수 있지요. 겨울에는 햇김이 나오는 시기이기도합니다. 기후가 건조하여 김을 구어 놓아도 눅지 않는 이 계절에 무기질의 보고인 김에 참기름이나 들기름을 바르고 알맞게 소금 간을 한 김구이는 겨울철의 빼놓을 수 없는 반찬입니다. 한 가지 더 있다면 수정과와 식혜가 제 맛을 내는 시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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